건강칼럼 - 7

같은 음식을 많이 먹지 말자
임낙경

일본 사람들이 장수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은 같은 음식을 한꺼번에 절대로 많이 안 먹는다.

많이 먹는 우리의 문화는 중국에서 왔다. 배고프고 추웠을 때는 괜찮은 식생활이었다. 더운 지방에서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안되고 더욱이 고기는 더운 지역일수록 금기 음식이다. 불경에는 목숨이 다 되도록 술, 고기를 먹지 말라 했다. 독충에 잘 견디어야 하므로 채식을 해서 피부가 튼튼하게 해야 하는 이유도 되겠다.

추운 지방에서는 많이 먹어야 살이 찌고 열이 나기에 많이 먹었고, 대식가들의 먹기 내기도 수치가 아니었고, 오히려 자랑거리였고 풍습이 되었다. 우리 나라는 지금까지 춥고 배고프게 지냈기에 많이 먹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적게 먹고 더러 더러 굶어야 할 때다. 그전처럼 춥지도 않고 노동도 않고 땀도 흘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고기 파티, 돼지고기 파티, 이렇듯 한 가지를 왕창 먹는 잔치 아닌 파티가 있다. 요즘은 덜하지만 그래도 '불고기 실컷 먹었다', '고기 원 없이 먹었다'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가 있다. 술을 마셔도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야 직성이 풀리고 뭐든지 원 없이 해치우려고 하는 근성, 몸에 좋다면 줄기차게 먹어줘야 몸이 좋아질 것 같고.

요즘은 쓴 음식들이 없어서 쓸개를 먹으라고 하면, 쓸개만 먹으면 만병이 다 고쳐지는 줄 알고 다른 음식은 신경을 안 쓴다. 물론 쓸개를 먹으면 얼마간은 좋은 쪽으로 변화가 온다. 평소에 쓴 음식을 먹지 않으니 쓸개라곤 콩알만하게 붙어 있다가, 쓸개 원액이 들어오니 오장 육부가 좋아 놀란다. 가장 좋아하는 부위가 위장과 장이다. 소화액이 많으니 소화가 잘 될 것이고, 소화가 잘된 음식이 내려가니 장도 편안하고, 그래서 식욕이 왕성해진다. 그것은 쓸개 액이 우리 몸의 지방질을 소화시켜 주는데, 많이 먹으면 몸에 지방질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싹 마른 사람이 지방질이나 콩 종류를 싫어하는 것은, 쓸개 액이 없어서 이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음식을 소화시켜 주는 것이 주로 세 가지가 있다. 침은 곡식을 삭혀 주고, 위산은 뼈를 녹여 주고, 쓸개는 십이지장에서 주로 지방질과 단백질을 소화시킨다. 어떤 음식이든지 안 먹던 것을 먹으면, 좋게든 나쁘게든 변화가 온다. 좋다고 갑자기 많이 먹지 말고, 좋은 음식일수록 시일을 많이 잡아 조금씩 천천히 먹자. 용왕의 병은 바다에서 맛있는 것만 먹어서 생긴 병이다. 맛있는 것, 맛없는 것 좋은 것 따지지 말고 조금씩 골고루 먹어 몸 간수 잘 하자('돌파리 잔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