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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마당/ 생태학적 신학자들 - 21 에코페미니즘의
대모 이정배 / 부설연구소 소장, 감신대 교수 스프레트낙을 여성신학자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성영성운동, 에코페미니스트운동을 주도한 사람으로 그 어느 신학자보다 자연을 종교적으로 관심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에코페미니즘에 근거하여 녹색정치의 틀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그는 여성생태신학자들이 추구하는 작업을 앞서 행해왔다. 주저로는「State of Grace」,「The Spiritual Dimension of Green Politics」등이 있으며,「The Politics of Woman's Spirituality」를 공동편집했다. 현재 버클리 근처에 있는 통합학문연구소(Institute for Integral Studies)의 교수로서 활동하며 생태학적 사유에 근거하여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자연의 죽음(The Death of Nature)의 저자 C. 머찬드의 말대로 스프레트낙은 역사적으로 여성의 운명과 자연의 운명이 일치한다고 보았다. 서구문화 속에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자연의 몰락시기에 역사적 상징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류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삶의 토대가 되는 자연과 인간 생명을 이어가고 살림살이를 담당해온 여성이 엄청난 모욕을 당해 왔다는 사실이다. 스프레트낙은 무엇보다 먼저 인류 최초의 역사, 신석기시대에 땅과 여성 모두는 신성시되고 존중받았음을 주목한다. 그러나 청동기문명이 시작되면서 성스러움의 의미가 자연과 여성으로부터 하늘로 옮겨갔다고 지적한다. 하늘과 등가적 가치를 지니게 된 남성의 '영'은 무정형, 불규칙, 불확정 등을 뜻하고 여성적 존재와 대별되기 시작했고 여성을 남성의 기형적 탄생으로 보는 가부장적 가치체계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 남성다움이 비자연, 반여성적인 것으로 이해되어 문화의 핵심가치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은 여성 명사로 이해되던 하느님의 영 '루아흐'가 신약성서에서는 중성명사 '프뉴에'로 바뀌고, 라틴문화권에서는 남성명사 '스피리투스'로 이해되어 이원론적 사고의 기틀을 만든 것과 일치된다. 이런 맥락에서 스프레트낙은 인간 자아는 다른 인간 및 자연세계로부터 단절되기 시작했고 오로지 합리적 이성을 통해서만 문화가 창조되고 역사가 진보한다는 거짓 믿음을 만들어 왔다고 비판한다. 이런 남성적 보편화 내지는 합리적 이성을 기본개념으로 하는 서구문화에 대해 에코페미니스트인 스프레트낙은 자연세계에 대한 전일적 이해를 토대로 만물의 '본유적 가치'를 주장하며 생태적(관계적) 자아개념을 도출하고, 돌봄을 최대의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전 우주 속에서 창조(자연)의 궁극적 신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여신 영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생물 중심적 평등주의(본유적 가치)를 정치 행위로서 구체화시키려고 함으로써 일면 사회생태학적 맥락을 갖고 있다. 실제로 스프레트낙은 제 3세계에 제 1세계적인 개발 모델이 수송되는 것을 환경운동 차원에서 거세게 항거한다. 또한 동물권을 보호하고 생명체제기술의 남용에 대해서도 사회체제 속에 만연된 가치 서열적인 가부장적 체제와 자연, 여성 그리고 유색인종에 대한 지배논리 철폐를 위한 법안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점에서 서구에서 강요된 개발논리가 가부장적이란 것이 스프레트낙의 핵심요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생명의 다양성을 파괴하며 자연 정복과 여성 희생의 토대 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다양성이 보존되기 위해서만 문화 종교적 다양성이 보존되어야 하는 바, 서구 중심적 개발은 생태적 통전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스프레트낙의 에코페미니즘은 기독교 여성신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여성과 자연에 대한 역사의 잘못된 평가를 바르게 하고자 하는 문명 비판적 운동이다. 왜 서구문명이 여전히 환경파괴와 제 3세계 착취를 지속하고 있는가를 집요하게 물으면서 그 속에 가치서열체계를 심화시킨 가부장적 체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며 전통적 기독교가 가부장적 체계를 옹호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파괴를 지속시키면서 인간 억압을 증진시키는 사회, 정치적 질서를 변혁하려는 에코페미니즘을 기독교 생태신학이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