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전망에서 성서읽기

에덴동산

             노영상 / 본회 집행위원, 장신대 교수

창 2:8-17은 에덴동산의 모습을 묘사한다. 크게 보면 에덴동산을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는 네 개의 강이며, 다음은 나무들이다. 에덴동산을 언급하는 성경구절들의 공통점은 강과 나무의 구성이다. 성경은 에덴의 모습을 생태 친화적인 모습으로 그린다. 기계와 빌딩이 아닌 맑은 강이 있고, 그 옆에 탐스런 과일들이 열리는 나무가 자라는 곳이 에덴이다. 계 22:1-2은 그 강과 나무를 생명 강과 생명나무로 묘사한다. 오염된 죽음의 강이 아니라 그 물로 모든 생명들을 먹이는 생명의 젖줄이 에덴에서 발원하고 있다. 에덴은 또한 인간과 동물들을 먹일 수 있는 생명의 나무들이 자라는 곳이다.

인간 타락의 결과로, 강이 말라 사막같이 되었으며, 나무와 풀이 시들어 죽어가는 곳이 되었다. 겔 19:10-14은 하나님의 분노로 세상이 광야, 곧 메마르고 가뭄이 든 땅으로 변하고, 나무의 가지들과 실과들이 불에 타들어감을 묘사한다. 창세기는 에덴동산에 있었던 특별한 두 가지의 나무에 대해 언급한다. 죽음의 나무와 생명의 나무이다. 죽음의 나무로서의 선악과는 인간이 따먹는 즉시 죽는 나무이며, 생명나무는 그것을 먹음으로 영생하게 되는 나무이다.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음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하나님은 생명나무를 따먹고 인간들이 영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간들이 생명나무로 접근하는 길을 막으셨던 것이다(창 3:22-24). 인간의 죽음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김으로 야기되었다. 그것은 일면 자연에 의해 주어지는 죽음이었다. 자연이 배태한 과일로 인해 인간은 죽음의 길로 가게 되었던 것이다. 강이 보존되고 나무가 보존되는 것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정말로 중요한 요소임을 우리는 이러한 성경의 묘사를 통해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 강이 살아야 하고, 나무가 살아야 한다. 온 국토의 강들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강들로 변하고 있고, 산의 나무들이 대기의 오염으로 인하여 바싹 타 들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본다. 우리는 강의 본맥과 지류들을 다시 살려, 이 세상을 사람이 살만한 땅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 한복판의 청계천을 생명이 있는 시내로 복원하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청계천을 복원함으로 우리 가슴에 시원한 강이 흐르도록 하여야 한다.

신약성경은 인간에게 접근이 금지되었던 생명나무가 다시 인간에게 주어지게 되었음을 언급한다. 계 2:7은 하나님께서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과실을 주어 먹게 하리라고 말한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인해 차단되었던 생명나무로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행 5:30은 "너희가 나무에 달아 죽인 예수를 우리 조상의 하나님이 살리시고"라고 언급한다. 영어성경은 이 본문 중의 '나무'라는 단어를 'wood'가 아닌 'tree'로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라는 나무에서 달려 죽으셔서 생명의 열매가 되신 분이다. 한 알이 씨가 죽어 많은 열매가 맺히게 되었다. 이러한 언급들을 종합하여 볼 때, 우리는 에덴동산 중앙의 생명나무를 십자가로 볼 수 있게 된다. 성경은 에덴의 중앙에 있는 생명나무 십자가를 에덴의 근본되는 원리로 삼고 있다. 오늘 우리 가운데의 죽음의 문화, 전쟁과 폭력과 과도한 경쟁과 생태계의 파괴는 모두 이러한 생명나무 십자가의 정신의 상실에서 야기된 것이다. 강이 살고 나무가 살아야 그곳에서 인간도 살 수 있음을, 성경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다시 교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