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힘내라, 맑은 물

백영민 / 나섬교회 목사, 본회 집행위원

동화 한편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기 구름은 자기 몸을 가지고 하늘에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듭니다. 새 털, 양 떼, 물결 등. 아기 구름은 변화무쌍한 모양 만들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하루는 가족회의가 열렸습니다. "이제 그만 땅으로 내려가야 해." 아빠 구름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기 구름은 "안갈래요."하며 떼를 썼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하늘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엄마 구름이 아기 구름을 달랬습니다. "저 아래 땅에 사는 민들레, 다람쥐, 바위들이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단다." 아기 구름도 아래를 보니 엄마의 말씀이 수긍이 갔습니다. 땅의 생명들이 아기 구름의 눈에도 지쳐 보였습니다. 아기 구름은 땅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이제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집니다. 땅에 부딪히는 게 따갑고 아팠지만, 농부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모습과 꽃들이 활짝 웃고 들짐승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땅을 적시고 내를 이뤄 강으로 가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이 동화는 물의 순환작용, '바다 - 수증기 - 구름 - 비 - 하천 - 바다'로 움직이는 모습을 가지고 자연이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를 보여 줍니다. 자연의 조화! 이것이 46억 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별이 생명을 낳고 품어온 소중한 법칙입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만드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신 창조질서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화를 파괴하는 한 종(種)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람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심기가 불편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 한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전 미국에게 침공을 당한 이라크에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이 흐릅니다. 이 곳은 인류 고대의 4대 문명 중에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또한 이 곳은 비옥한 반달지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항공사진으로 보면, 녹지가 점점이 보이는 황폐한 곳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다른 원인도 있을지 모르지만 주요한 원인은 수로를 이용한 관개농업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강물을 끌어오는 수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몇 해는 더 많은 농지가 확보되었지만 물에 섞여있는 염분이 토양에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비가 많지 않은 지역이라 그 염분이 씻겨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땅은 소금기로 뒤덮혀 척박해지고 더 이상 소출을 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물을 다스리려 하다가 오히려 환경재난을 맞이하게 된 경우입니다. 이렇게 지구촌에서는 사람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람의 탐욕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 탐욕은 점점 커지고 결국에 가서는 자기가 살고 있는 터전을 점점 더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목을 조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구체적인 예로 우리 정부는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새만금 갯벌을 막아 매립하려 하고, 경인운하를 만들어 서해 바다를 오염시키려 합니다.

금년은 유엔이 정한 '물의 해'입니다. 우리도 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요즘 TV의 공익광고를 보면 우리나라를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어떤 것인 줄 아십니까? 얼마전 오마이 뉴스를 보니, 미국의 사설기관 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국민 1인당 '물 이용 가능량'을 조사했는데 한국은 1,520톤이었다고 합니다. PAI의 기준에 의하면 '물 풍요 - 1,700톤, 물 부족 1,700~1,000톤, 물 기근 1000톤 미만' 등으로 나누기에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폴켄마크(Falkenmark) 박사가 인구성장을 가정해서 반영한 기준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적절한 기준이 아니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1000톤의 물을 사용하는 것을 건강생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유엔이 정한 기관도 아니고 애매한 사설기관의 기준을 가지고 그것도 한 학자의 가정을 반영한 이론을 가지고 공익광고까지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물 부족 국가'라는 홍보는 선한 뜻으로 보면 물 절약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의구심을 갖고 보면 댐 건설을 위한 명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인위적 방법의 물 정책은 또 다른 환경재앙을 낳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맑은 물을 얻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는 녹색댐-산림보호-를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국민들은 물 소비를 줄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계 22:1~2을 보면,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수정같이 빛나는 생명수의 강이 도성의 한 가운데를 흐른다고 합니다. 문명의 발상지였던 강, 그리고 우리에게 풍요를 안겨준 강이 지금은 우리 생활의 한 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끝없는 욕심에 의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 하늘과 새 땅은 이런 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풍요가 넘치는 맑은 물을 우리 생활의 중심에 두는 것이 하나님 나라를 일구는 작은 시작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물의 해, 환경 주일을 맞아 이렇게 외쳐봅니다. 힘내라 맑은 물! 버려라 욕심, 간직하라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