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뉴스앤조이의 유헌님이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1998년 이후로 진행해온 창조질서 회복하는 녹색교회 운동 - 유헌 / 뉴스앤조이 기자 “여러분의 교회에서는 만물을 창조하시고 보전하시는 하나님을 예배합니까? 어린이를 친환경적으로 교육합니까? 교회가 밥상·에너지부터 아끼려고
노력하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의 교회도 녹색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녹색교회의 조건은 여느 좋은
교회의 조건과 다르지 않다. 교회의 기본 골격이 되는 예배·교육·친교·봉사의 모습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고, 그 활동들이 ‘친환경적이냐’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환경주일을 지키는가 △예배 때 환경·생태 관련 설교를 하는가 △인간을 위한 기도뿐 아니라 피조물을 위한 기도도
놓치지 않는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친환경적으로 키우는가 △생명밥상을 차리는가 △성경을 녹색의 눈으로 읽게 하는가 등의 항목이 녹색교회를 선정하는
기준이다. 교회가 환경운동에 참가하기까지 유 실장은 녹색교회 운동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교회가 환경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
되었지만, 1998년이 돼서야 프로그램이 생기고, ‘녹색교회’라는 의제(agenda)가 세워졌다. 초대 교회 존재양식을 생각하며, 교회를
녹색화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발굴하고 그것을 위한 방안과 지침을 마련했다. 그 해에 기독교환경상에 ‘녹색교회’ 부문을 만들어
시상했다" 제 1회 기독교환경상에서 녹색교회상을 수상한 교회는 부산금곡성문교회(민영란목사), 울산평강교회(허성환목사) 등이다.
부산금곡교회는 부산 지역의 쓰레기 소각장 건립반대운동을 펼쳐 소각장 건립을 사실상 무산시켰으며, 부산시가 쓰레기 재활용·재사용 정책을 추진하도록
유도했다. 나아가 환경주부대학을 열어(비기독교인 대상) 환경교육을 하고 지역의 환경파수꾼을 양성하고 있다. 유 실장은 교회의 관심이 유행에 따라 다른 이슈로 옮겨지는 것을 보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흐름을 탄다. 통일·농촌·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교회가 나서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은 다르다. 여러 가지 이슈나 프로그램 중에 하나로 여기지 말고, 교회 내 모든 사업에 녹아내려야 한다. 교회의 여러 사업들이 생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누 만들기·생활용품 재활용 등 당시 유행에 따라 단편적인 환경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썩 바람직하진 않았지만, 교회가 생태를 경험하며 여러 교회로 확산되는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교회를 푸르게 푸르게 초기 기독교환경상의 녹색교회 부문은 녹색교회 콘테스트로 바뀌었다. 새로워진 운동은 '교회를 푸르게'라는 캐치를
내걸었다. 주로 교회의 조경과 건축 등을 생태적으로 바꿔보자는 노력에 교회 담장 헐기, 지역사회에 교회 개방하기 운동을 펼쳤다.
평화의교회·도봉산교회·만남의교회·성답교회 등 도시의 작은 교회부터 교회녹화에 나섰으며, 새터교회·성문밖교회·월곡교회·서울성남교회 등은 교회 담장 헐기에 앞장섰다. 이들은 교회 담장 대신 나무 울타리를 세웠고, 담장이 헐린 교회 마당에 나무를 심고, 마당이 없는 교회는 옥상에 작은 녹지를 만들기도 했다. 환경과 생태에 눈을 뜬 교회들은 마을 어귀나 방치된 땅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지역사회의 지하철역 주변·골목의 짜투리 공간 등에도 녹지 공간을 만드는 열심을 보였다. 생태신학의 중요성 커지길 기대 최근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반인들이 환경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환경연대에서 펼치던 생명밥상운동에는 시큰둥하던 목회자들이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주장은 귀담아 듣는다는 게 활동가들의 이야기다. 유
실장은 "평범한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붐을 일으키고 이 운동에 뛰어들도록 도와야 한다. 올해 환경주일에서도 그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생태신학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장로교신학대학의 노영상 교수는 신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은 생태신학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에서도 생명평화수업이 개설될 분위기다. 활동가들은 선택과목 수준이 아니라 목회자의 필수과목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의식이 있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 더 많은 녹색교회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유 실장은 "교회의 크기를 키우는 것보다 교인과 세상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만드느냐 좋으냐가 좋은 목회자의 덕목이다"라며 미래의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충고했다. 2007 녹색교회 : 들녘 · 송악 · 광동교회 전라북도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전형적인 시골 마을에서 50가구의 농민들과 조촐하게
호흡하는 교회가 한국기독교장로회 들녘교회(목사 이세우)다. "우리 교회는 역사가 60년이나 돼요. 처음에는 건물이 많이 낡고 위험해서 소박하게 다시 지으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문화공간을 확보하려고 생각하고 건물을 지었어요. 다행히 건축하시는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멋있게 지었지요." 주민들이 황토로 직접 교회 지어 교회의 한쪽 벽은 아예 터서 커다란 창을 만들었다. 창의 방향은 노을이 지는 쪽이라고 한다. 교회에 오면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인생의 황혼기를 지내는 지역 주민들이 많은 것을 고려해서 설계한 창이라고 했다. 교회 마당에는 고목을 이용한 벤치와 자갈이 눈에 띈다.
바위로 벽과 화단을 꾸며 놓았다. 그런데 이모든 것이 동네 버려진 물건들을 재활용한 것이다. 교회에 놓인 의자에는 재미있는 사연도 담겨 있다. 이 목사는 원래 교인이 많지 않아 의자도 적게 놓고 바닥을 많이 이용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농촌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아무도 모르게 고급 교회 의자를 주문해놓고 '내가 죽으면 교회에 설치하라'고 유언을 남겼던 것. 나중에 하나님 만나서 '평생 하나님 섬겼는데 뭐했냐?' 이야기 들을까봐 그랬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다른 노인들은 자신들의 차례를 뺏겨 안타까워했다는 후문이다. 교회가 친환경 농사 이끌어 "농촌에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정서가 있어요. 유기농 농사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야죠. 목사가 잘난 척하며 나서면 문제가 생길 거 같아서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제가 문제 일으킨 것도 많거든요. 새만금 반대한 것도 그렇고. 전북 지역에서는 새만금 반대하면 역적이에요(웃음)." 지역 생태를 위해 운동하는 교회 "처음에는 목사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작업복만 입고 다니고 농사짓고 그러니까요. 그래도 마을의 애경사가 있을 때는 양복 입고 주민들과 함께하지요. 제가 사실 설교도 잘 하지 못하고, 특별하게 목회를 잘하지도 못하는 거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농촌 분들과 오랫동안 함께 있는 일이라도 생각했고요. 이제 17년이 되었네요. 우리 마을만큼은 끝까지 농사짓자고 종종 제가 말하는데요. 저도 그럴 겁니다." 도심 속 푸른 교회 : 광동교회 광동교회에는 교회 내 사소한 활동에도 환경을 배려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책상 의자 등 교회 사무실내 집기도 새것이 없다. 행정적으로 교회 비품을 구입할 때도 친환경 상품인가를 꼼꼼히 고민한다. 빗물탱크를 설치해 받은 물로 화초에 물을 주는 등 재활용에도 앞장선다. 생명밥상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다. 쓰레기 재활용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인간 중심적으로 자연을 보면 안 된다 지난주에는 가족찬양대회가 열렸다. 놀라운 것은 상품으로 준 선물이 신문지로 포장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생태교육을 받은 교인들이 이제는 스스로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는 교회를 만들어간다. 교회의 흙 마당에는 이따금씩 잡초가
자란다. 그러나 교인들은 풀 한포기 보기 힘든 도시에서 자란 풀을 함부로 뽑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흙을 밟아볼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기껏해야 놀이터의 모래밭이죠. 우리 교회 아이들은 흙장난 하고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흙에서 나오는 박테리아가 아토피도 예방해준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사실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흙바닥이 교회 앞에 있으니 예배당이 금방 지저분해지고 그러죠. 교회 마당 땅값을 계산해보면 15억이
됩니다. 효율적으로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간의 가치로 결정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이 중심에 계신다면 인간과 생태는 비슷한 위치에
있습니다. 생태적인 관점으로 봐야합니다." 교회는 동네(봉천동 일대)의 자투리땅도 공략한다. 건축법 상 건물을 짓게 되면 일정 부분 녹지를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장소만 떼어놓았을 뿐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없다. 교회는 이런 곳에 찾아가 나무를 심고 화단을 만든다. ‘남의 땅에 꽃 심기’다. 교인들은 교회 울타리 가꾸려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관심이 많다. 주변 교회는 한 달에 한 번 전도 하러 나가는데, 광동교회는 한 달에 한 번 지역을 청소하러 나간다. 당연히 지역사회의 주목도 한 눈에 받고 있다. 친환경농사 연구하는 교회 : 송악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송악교회(목사 이종명)는 53년이 된 전통이 있는 농촌 교회다. 이곳을 거쳐 간 목회자들은 농민신학을 개발하고 농민과 농촌의 문제를 끌어안으려고 힘썼다. 1999년 교회는 농민선교위원회를 조직하고 친환경농업 연구회까지 만들기에 이른다.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보급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연구 활동을 하고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가 열린다. 이듬해에는 15명의 교인들이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친환경 농사법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되자 마을 농민들까지 합세했다. 그렇게 40여
가정으로 시작한 친환경농사도 처음에는 판로가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무농약·유기농산물을 다루는 ‘한살림’과 연결되어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었고, 현재는 200가구 정도가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 이종명 목사는 송악면이 친환경농사를 짓는 곳으로 유명해졌다며 자랑했다. 이
목사는 "가구 수는 얼마 안 되지만 농사 규모나 영향력은 면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지금은 면 단위에서 가장 많은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생태체험 등을 통해 소비자를 불러 모으는 역할로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도시 교회나 시민단체의 어린이를 초청해 캠프도 열고 있다. 그렇게 친환경농업을 체험하고 나면 일반 농산품보다 가격이 비싼 유기농 상품에 대한 구매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도시 교회의 참여는 저조해 신앙적인 가치를 가지고 농사를 짓지만 교회는 이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렇게 가다가는 친환경농촌과 농사가 죽을 수도 있다. 생명은 다 연결되어 있다. 사람도 그렇게 되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며 교회의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