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환경운동연대
커뮤니티 알립니다 사무국소식 이달의 창조보전을 위한 기도 녹색신앙 이야기 함께 생각해 봅시다 나도 한마디
녹색신앙 이야기
 
작성일 : 17-09-22 14:05
목사님은 전기 안 쓰십니까?
 글쓴이 : 기독환경운동연대 (106.♡.5.238)
조회 : 215  
목사님은 전기 안 쓰십니까?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핵없는세상을위한한국그리스도인연대 집행위원장)

“그럼 목사님은 전기 안 쓰십니까?”
핵발전소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항상 듣는 이야기입니다. 핵발전소가 참 위험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앞으로도 전기를 사용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어쩔 수 없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먹먹하니 힘이 빠지는 말이면서 동시에, 은근히 높고 단단한 벽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쩌면 탈핵, 에너지전환 운동은 단순히 논리적, 합리적으로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일이 아니라 보다 더 깊은 곳, 우리들의 마음속 이 요지부동의 ‘어쩔 수 없음’과의 맞서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이 세상의 ‘어쩔 수 없음’과 맞섰던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됩니다.
성서는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만드시고 뭇 생명들이 생육하고 번성하시기를 바라셨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창조세계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못하고 뭇 생명들이 다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도록 창조된 세계를 독차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합니다. 창조세계에 무자비하게 사용된 폭력을 더 이상 참지 못하시고 하나님께서 스스로 인간이 되십니다. 그리고 인간이 되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이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십니다. 그리스도라 불리신 예수님의 ‘하나님의 나라’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성서를 읽다보면 예수님은 항상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시기 위해 ‘어쩔 수 없음’의 상황 속으로 불쑥 들어가십니다. 종교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병든 사람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정치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가진 것을 빼앗고, 군사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의로운 사람들을 억누르지만, 모두들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자리에서 이 상황이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인지를 물으십니다. 병든 이들이 정말 죄인인지, 가난한 이들이 왜 불행한지, 의로운 이들이 계속 핍박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이 모든 게 어쩔 수 없는 것인지를 우리가 돌아보게 하십니다. 그리고는 이 모든 일들이 ‘어쩔 수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정의롭고 평화로운 십자가의 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십니다. ‘어쩔 수 없음’ 속에서 ‘어쩔 수 없음을 넘어서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하나님의 나라였던 것이지요.
핵발전은 결국 창조세계에 폭력을 가해 얻는 에너지입니다. 자연 상태로는 일어나지 않는 원자핵을 인위적으로 쪼개는 핵분열을 이용해서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핵에너지는 폭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이 에너지는 불안정하고 유독한 핵쓰레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 핵에너지가 송전탑을 따라 지나가는 곳마다, 전달되는 곳마다 분쟁과 갈등이 뒤따릅니다.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한 우리는 이 독점적이고 지배적인 권력을 얻기 위한 탐욕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핵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창조세계에 사용된 폭력은 결국 창조세계와 창조세계에 깃들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죽음으로 이끌어갑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핵발전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믿고 따르는 이들은 이 ‘어쩔 수 없는 핵발전’을 넘어서야만 합니다. 그래야 그 곳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이 바로 핵발전이란 어쩔 수 없음을 넘어서는 길목입니다. 폭력적인 죽음의 에너지인 핵에너지를 넘어서려면 반드시 평화롭고 생명을 살리는 에너지로의 전환의 길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를 발전원으로 따져보면 핵발전이 1/3 정도, 나머지 대부분은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입니다. 쓰레기를 태우거나 목재를 태워서 만드는 ‘신재생에너지’는 말고, 햇빛과 바람과 물을 이용하여 만드는 ‘재생에너지’는 간신히 1/50을 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를 감축하면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가 있습니다. 올해 발표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내년에 있을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정부의 구체적인 에너지 전환 계획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고 발전용 연료 세율 체계를 조정하는 에너지세제개편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전기요금체계개편이 이어질 텐데, 세제개편과 전기요금 조정이야말로 에너지전환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기에 아마 이 길목에서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어쩔 수 없다’는 이들과 ‘어쩔 수 없지 않다’는 이들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일어날 겁니다.
이 길목에서 교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교회란 곳은 바로 이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때문에 교회에서는 ‘핵발전은 기독교 신앙과는 양립할 수 없다’라고 선언을 하고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교회 지붕과 교인들의 가정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에너지를 만들어온 교회들이 있습니다. 절제와 청빈의 전통을 되살리는 ‘교회절전소’를 세워서 냉난방기의 사용을 절제하는 것은 물론 네온 십자가를 LED 십자가로 교체하고, 상징적으로 음향과 조명의 전원을 끄고 전기 없는 예배를 드리는 등 교회와 교인들의 가정에서 전기 사용을 줄여 에너지전환을 준비하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교회가 먼저 핵발전소가 없어도 하나님께서 은혜로 베푸시는 하늘과 바람과 물로 만드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에너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 사회가 ‘어쩔 수 없지 않다’는 희망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참, 저도 전기 씁니다. 하지만 저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평화롭고 정의로운 전기를 소중하게 아껴서 쓰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듯이 말입니다.

(이 글은 한국 YWCA 회지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