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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신앙 이야기
 
작성일 : 17-09-15 10:18
탈핵, 에너지 전환, 한국교회
 글쓴이 : 기독환경운동연대 (106.♡.5.238)
조회 : 81  
탈핵, 에너지 전환, 한국교회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 집행위원장)

핵분열의 발견 : 핵무기
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38년, 독일의 과학자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은 우라늄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질량이 비슷한 두 개의 바륨과 크립톤으로 갈라지고 또다시 중성자가 2~3개 방출되는 핵분열을 발견하였고, 1942년에 이들의 제자 페르미는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거운 질량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가벼운 원자핵 두 개로 핵분열을 하면서 두 원자핵의 결합에너지의 차이만큼의 거대한 열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 핵분열의 발견으로 인류는 판도라의 상자를 활짝 열어 죽음의 공포를 온 세상에 퍼트리게 된다. 미국은 1945년 7월에 뉴멕시코주 앨러머고도 사막 트리니티에서의 시험 폭파를 거쳐, 같은 해 8월 6일 일본의 히로시마에 우라늄 핵폭탄을, 3일 뒤 나가사키에 플루토늄 핵폭탄을 투하된다. 이 2개의 핵폭탄의 폭파로 히로시마에서는 도시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7만 명의 사망자와 13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나가사키에서는 2만 명의 사망자와 5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며 2차 세계대전은 참혹한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미국에 곧이어 소련,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은 앞을 다투어 핵실험을 통해 핵폭탄을 개발하며 핵전쟁으로 지구 종말의 위기가 고조된 냉전 시대를 열게 된다.

핵무기의 평화적(?) 이용 : 핵발전
한편 1954년에 러시아에서는 5MW의 흑연감속형 원자로를 사용한 세계 최초의 핵발전소인 오브닌스크가 가동된다. 이어서 1956년 영국에서는 60MW의 기체냉각형 원자로를 사용한 핵발전소가 가동되었고, 미국에서는 1957년 100MW의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를 사용한 핵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사실 핵분열을 일으키는 원자로를 동력으로 이용한 최초의 사례는 원자력잠수함이었다. 물속에서 오랫동안 항해해야 하는 잠수함은 석유나 석탄에 비해서 아주 적은 양의 우라늄으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원자로는 아주 매력작인 동력원이었다. 핵발전소는 핵분열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핵폭탄의 개발을 위해서 핵분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핵폭탄의 재료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방편이었다. 핵발전소의 원자로는 단지 속도를 서서히 제어하는 것일 뿐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발생시키는, 서서히 폭파하는 핵폭탄인 셈이었다.

핵에너지의 존재적 모순 : 방사능
방사성 물질은 핵분열 과정에서 거대한 열과 함께 대량의 방사선이 발생한다. 투과성이 높은 방사선은 유기체를 투과하면서 분자와 공명하여 세포를 파괴시키거나, DNA 혹은 RNA의 수소결합을 절단하여 유전자를 파괴하거나 변형시킨다. 이러한 방사선의 특성을 활용하여 인체의 특정 부위를 방사선에 노출하면 종양세포를 파괴하고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극소량의 방사선에 노출 되더라도 인체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방사성 물질이 흡입 또는 피부를 통해서 체내로 들어오면 방사성 물질이 제거 혹은 소멸될 때까지 계속해서 체내에서 방사선을 방출하여 피폭자는 혈액암, 갑상선암 등의 질환이 발생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크고 작은 핵사고 : 방사선 유출
인류가 핵분열을 이용한 이후로 계속해서 의도하지 않은 크고 작은 방사선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1961년 항해중인 소련 해군의 핵잠수함 K-19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고 당시 원자로의 수리를 담당하던 승무원들 중 다수가 방사선에 피폭되어 사망하였다. 1986년 역시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에서도 방사능 보호복 없이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대원들 중 134명이 급성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하였고, 사이 방사능 누출 방지 작업에 투입된 226,000명의 인원들 중 25,000명이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하였다. 또한 60만 명에 달하는 인근 주민들도 방사능에 노출되었으나 정확한 피해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된 도쿄전력의 직원들 50명 가운데 3명이 방사능 피폭이 확인되었고 인근 소개된 주민들 가운데서도 피폭이 확인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주민들 가운데 1,368명이 암 발생 등의 건강 악화로 사망하였으나 일본 정부는 역학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수의 방사능 피폭자들이 존재한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에 의한 한국인 피해자는 사망자 5만 명, 생존자 5만 명으로 모두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생존자 중 4만 3천명은 해방 이후 귀국하고, 7천명은 일본에 잔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에 등록된 피폭자는 2천 6백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4만여 명은 방사능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하거나 미등록자로 남아 있다. 미등록 피폭자들이 대다수인 이유는 피폭자임이 드러나면 2세와 3세에 피폭자의 자녀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리 핵발전소에 이어 1983년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준공된 시설용량 67MW의 중수로형 눤자로를 사용하는 월성 핵발전소 인근 나아리 주민들의 몸속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 5세부터 19세까지의 9명의 아동과 청소년도 포함된 주민 40명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는데 삼중수소는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로 장기적으로 노출될 때 백혈병이나 암을 유발한다. 중수로형 핵발전소는 가압경수로형 핵발전소에 비해 삼중수소가 10배 이상 방출되지만 정부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제대로된 역학조사나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세계적 흐름은 탈핵 : 핵무기 감축, 핵발전소 폐로
이처럼 핵분열 기술을 계속 이용하는 한 방사능 피폭의 위험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감축해왔고, 최근에는 앞을 다투어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사고 다음해인 1987년에 국민투표를 통해 신규 핵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핵발전소를 해체하기로 했다. 독일은 2002년 원자력법을 개정해 핵발전소의 신설을 금지하고, 20기였던 핵발전소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는 2017년 국민투표를 통해 가동 중인 핵발전소 5기를 오는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덴마크는 1985년 의회에서 핵발전소 건설 불가 결의를 한 바가 있다. 또한 세계 2위의 핵발전 국가인 프랑스는 핵발전소를 2026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대만이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경우, 1979년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의 노심 용융사고 이후 총 129기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중에서 공사가 시작된 53개를 제외한 나머지 핵발전소 건설을 취소한 바가 있다. 현재 미국에는 99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지만 가동 기간이 30년이 넘은 노후 핵발전소가 89기로 핵발전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은 발전량에서 핵발전소의 비중이 현재 20%에서 2050년에는 11%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2017년 고리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고, 계획 중인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취소하면서 표면적으로는 탈핵의 흐름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완공을 앞두고 있는 대형 신규 핵발전소의 가동을 준비하고 있고, 핵발전소 수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핵분열 에너지의 신학적 이해 : 탐욕이 빚어낸 악의 실체
핵분열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창조세계에 가하는 폭력이기에 기독교 신학은 핵분열을 이용하는 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핵분열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온전한 창조를 파괴하는 것이며, 핵분열의 원료인 우라늄은 채굴과 가공 과정에서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며, 핵분열로 인해 발생한 열에너지는 균형 상태를 유지해온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핵분열로 인해 발생한 핵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은 수십 만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창조세계에 깃들어 살아가는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신학적인 관점에서 핵분열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악이며 하나님의 정의에 맞서는 불의이다. 핵분열은 이 기술을 이용하는 또다른 산업으로 악을 전파하며 불의를 연속적으로 확장해 나간다.

제국의 질서의 상징 : 핵무기
핵무기는 전 지국의 생명체를 한순간에 전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끔찍한 전쟁의 도구이다. 미국을 비롯한 핵강대국들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아마겟돈 전쟁을 염두에 두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함으로써 주변 국가들이 하나님의 평화를 거부하고 자국의 핵무기가 제공하는 평화에 참여하도록 위협을 가한다. 또한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들을 선별적으로 공격하고 지속적으로 배척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를 위한 노력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제국의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부정의의 확장 : 핵발전소
핵발전소는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물의 공급과 안전을 위해 전기 소비가 많은 산업지대와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해안지역에 건설된다. 때문에 핵발전소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과 핵발전소로부터 이어지는 송전탑 인근 주민들, 그리고 핵발전소의 폐기물을 저장하는 시설의 인근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함으로 불의를 조성한다. 또한 핵발전소는 전기소비 형태와 산업 구조를 왜곡시켜 하나님께서 햇빛과 물과 바람을 통해주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가로막고 지속적으로 핵발전소를 유지시키도록 거짓과 술수를 퍼트린다.

기독교 신앙은 핵과 함께 할 수 없다
때문에 기독교 신앙은 핵과 함께할 수 없다. 핵은 무기든 발전이든 평화를 가로막는다. 핵무기와 핵발전은 불의한 권력과 무자비한 폭력을 이어가기 위한 방편이다. 이에 세계교회협의회(WCC) 제6차 총회에서는 “핵은 창조주 하나님을 배반하고 생명의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이고, 이 세상을 힘을 통해 다스리고자 하는 집권자들 앞에서 섬김과 나눔과 사랑의 길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과 진리를 거부하는 것이며, 스스로 죽음에 대한 사랑에 빠져들어 정의와 평화의 열매를 맺으시는 생명의 영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결의를 하였다. 그리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에서는 2012년 발족 선언문을 통해 “핵은 하나님 없이 이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통치자들과 권세자들’(골 2:15, 엡 6:12)의 절대 권능에 대한 욕망이고,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온 우주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사 9:6, 욥 25:2, 딤전 6:15)을 거부하고자 하는 현대판 선악과 사건이며, 또한 하나님이 지으시고(창 1:1) 사랑하신(요 3:16) 모든 지구 생명체를 멸절시킬 수 있는 ‘사망의 권세’(시 49:15)”이며, “핵무기는 ‘레비아탄’(욥 41:1-34)을 연상시키고, 지구 곳곳에 시한폭탄처럼 박힌 핵발전소들은 ‘멸망의 가증한 것이 서지 못할 곳에 선 것’(막 13:14)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선언을 하였다.

하나님이 주신 은총 재생에너지 : 에너지 전환
우리는 ‘핵무기와 핵에너지’로 인한 생명의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핵의 굴레를 벗어나 핵 없는 세상을 만든다면 하나님의 은총인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살아가며 창조세계를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축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집트의 노예였던 히브리 사람들이 40년 간의 광야생활 후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두었다. 너희와 너희의 자손이 살려거든, 이제 생명을 택하여라.”(신 30:19)고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 우리가 핵을 버리고 생명을 선택하기를 기다리신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 위에서 피폭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함께 하시고 우리에게 참 생명과 평화의 길이 되어주신다. 생명의 영이신 성령은 핵으로 고통과 위협을 받는 피조물과 함께 탄식하시며(롬 8:22) 모든 생명의 안녕과 안전을 위해 지금 우리와 함께 일하고 계신다.

핵의 거짓 신화에 맞서 진실을 밝히는 한국교회
따라서 이제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와 연합하여 핵이 주는 환상과 유혹, 그리고 핵에 대한 우리의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영적 각성을 통해 핵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 핵 체계로 인한 피해자의 아픔을 나누며, 피폭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파멸의 홍수로부터의 구원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 또한 시민사회와 함께 핵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이를 통해 탈핵이 민주적 절차에 따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평화의 에너지인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일에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적절한 에너지 소비를 위한 노력을 교회를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전개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핵 없는 새로운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이웃 종교와 힘을 모아 종교와 과학의 대화를 통한 상호 협력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일을 하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이다.

(이 글은 NCCK 신학위원회에서 출간하는 ‘고통의 시대,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에 탈핵을 주제로 기고한 글입니다.)